역시 부산은 구도

링크: 야구는 미친 짓이다 - 한겨레21

사직구장은 무섭지 말입니다. ㄷㄷㄷ
오죽하면 롯데 땜시 부산 경기가 살아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말도 있으니.
그나저나 롯데가 목동에서 경기하면 서해안 고속도로부터 막힌다는...-_-;;

롯데 팬을 어떻게 말려

▣ 부산=김동환 <스포츠월드> 기자

“정말 못 말리는 롯데 팬이야.”

비 때문에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취소된 6월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비옷 차림으로 “야구 해!”를 외치는 5천여 관중을 보고 김경문 두산 감독이 혀를 내두르며 뱉은 말이다. 장대같이 내리는 비도 롯데 팬들의 야구 관전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롯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구단이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야구도시’다. 특히 만년 꼴찌이던 롯데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뒤 시즌 중반까지 2위를 유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시권에 두자, 롯데의 승리에 목말라 있던 롯데 팬들은 마치 한을 표출하듯 연일 야구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롯데 팬들의 야구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단 롯데 팬들은 롯데 선수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여긴다. ‘구도’(球都) 부산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으며 야구와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때문이지만 경상도 특유의 ‘우리가 남이가’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 팬들은 선수를 지칭할 때도 대부분 “(이)대호야” “(강)민호야” “우리 (손)민한이 형님”이라며 가족 이름을 부르듯 한다.

감독·선수들마다 애칭은 물론 개별 응원곡까지 다 붙여줬다. ‘민한신’(손민한), ‘퇴근본능’(최향남), ‘강림신’(카림 가르시아), ‘임작가’(임경완)라는 식이다. 가르시아가 타석에 서면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 부분의 음을 따 ‘가∼르시아, 가르시아, 가르시아’를 외치고, 조성환 타석 때는 팝송 <뷰티풀 선데이>의 후렴 멜로디에 ‘롯데 조, 성, 환, 오오오 오∼오오’를 붙여 함께 부른다. 롯데 팬이라면 자동차에 롯데 응원가 CD 구비는 필수고, 노래방에서는 <오리 날다>(이대호), <넌 내게 반했어>(강민호) 등 선수들의 테마송을 한 번씩 다 부른 뒤 마지막을 롯데 응원의 상징곡인 <부산 갈매기> 합창으로 정리한다.

사직구장에 마련된 롯데의 기념품 매장 매출이 경기당 2500만원에 달하는 것이 입증하듯, 대부분의 롯데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유니폼 하나 정도는 다 갖고 있다. 롯데 주장 정수근에 따르면 사인을 받기 위해 다른 팀 팬들은 종이를 내밀지만 롯데 팬들은 대부분 유니폼이나 모자, 수건을 내민다고 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박재형(34)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롯데 구단 깃발을 ‘게양’해뒀다가 야구장에 갈 때마다 두르고 간다. 경기 구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선호(28)씨는 택시 내부를 온통 롯데 응원 도구로 채우고는 전국 방방곡곡의 롯데 경기를 찾아다니며 관전한다.

부산 지역 대학생들의 최고 MT 장소는 사직구장의 스탠딩 응원석이고, 가족 모임이나 계모임은 3층 스카이박스에서 이뤄진다. ‘내 아내가 사랑하는 남자 조성환’ ‘박기혁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롯데 경기 보러 탈영했다’ 등 손팻말 문구의 기발한 아이디어도 다른 팀 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올해 들어서는 야구 응원을 통해 이따금씩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기도 한다. 지난 4월 티베트의 독립운동 지지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을 때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손팻말 뒷면에 ‘FREE TIBET’(프리 티베트)이라는 구호를 적어 응원을 했고, 6월3일 두산과의 경기 때는 경기 도중 왼쪽 외야 관중석에서 50여 명이 5분여간 촛불을 켜고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롯데 팬들에게 야구는 일상의 일부이자 소통의 장이다.

by 다크루리 | 2008/06/22 20:09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mipeng.egloos.com/tb/177336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